절대 가치와 교환 가치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가격을 갖거나 아니면 존엄성을 갖는다. 가격을 갖는 것은 같은 가격을 갖는 다른 것과 교환되거나 대치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서 같은 가격을 갖기를 허용하지 않거나, 모든 가격을 뛰어 넘는 것은 존엄성을 갖는다.”
칸트의 이 말은 시장자본주의 이전의 봉건주의 시대에서도 통용되었던 공급과 수요 법칙이자, 인간 문명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정리합니다.
칸트가 1781년 출간한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은 ‘이성(Vernunft)'에 의한 ‘이성'자신의 비판을 이야기한 글인데, 여기서 출발한 인식론은 ‘초월적 감성학(Transzendentale Ästhetik)'을 논하면서 우리의 인식능력과 ‘초월논리학(transzendentale Logik)'을 말하면서 우리의 인식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인식의 원천에서부터 생겨난다는 것을 구분지었습니다.
이것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말하는 지성과 감성의 경계이며 지성 (Verstand) 에 의해 만들어졌었던 표상의 언어입니다. 표상을 최초로 언급했었던 칸트는 표상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감성(Sinnlichkeit)'이라면 ‘지성(Verstand)'은 표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발적인 능력이라고 정의 합니다.
표상을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표상의 사전적 의미는 " 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으로 풀이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운전을 처음 배웠을 때에 도로에서 사물과 사물의 간격을 처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운전이 조금 더 익숙해지면 사물과 사물의 간격을 우리 뇌가 인식해서 운전을 할 때 그 간격의 폭을 자연스럽게 인지하여 운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인식의 재해석 과정이 표상이고, 표상은 다시 사물을 인지하는 객체적 입장인 감성과 주체적 입장인 스스로 사물의 폭을 재해석해 내는 지성이 결합하는 이성의 ‘판단(Urteile)'을 말하며 우리의 두뇌는 그 다음으로 ‘추론의 능력으로서의 이성(Vernunft als Vermögen der Schlüsse)'의 단계로 발전하는 데 이것을 칸트는 ‘초월적 변증론(transzendentale Dialektik)'으로 결론 짓습니다.
칸트가 말하는 시각으로 인간을 인식하자면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으로 지은 받은 존재로서 존엄하기도 하지만, 교환가치에 의해서 수단에 불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수단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존엄성을 있는 그대로 절대적 가치로 인정하고 대할 것인가.
이 갈림길에서 세상을 대면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이 말씀처럼 서로가 서로를 판단하는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서로 있는 그대로의 존엄적 존재로 인식하는 생활방식을 훈련하는 것이 필요 합니다.
그것이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는 구도자의 수행 방식이며, 성서에서 요구하는 준행자들의 행동강령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못된 인식은 고착되는 순간, 고쳐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에 기대어 가능한 대로 사람을 존중하면서 사는 훈련 방식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 남고자 하는 것입니다.
말씀 묵상 :
야고보서 4장
11 형제들아 서로 비방하지 말라 형제를 비방하는 자나 형제를 판단하는 자는 곧 율법을 비방하고 율법을 판단하는 것이라
네가 만일 율법을 판단하면 율법의 준행자가 아니요 재판관이로다
12 입법자와 재판관은 오직 한 분이시니 능히 구원하기도 하시며 멸하기도 하시느니라 너는 누구이기에 이웃을 판단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