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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

corsicastar 2025. 1. 11. 20:49

재작년 봄 여주미술관 <일상의 일상> 전시회에서 인상 깊은 작품을 만났었습니다.   
예전 탄차가 다니던 시절, 태백역 플랫폼에 선 가족의 사정이 물신 베어나오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었습니다. 
가난한 노동자 행색의 아버지와 그를 따라 나선 불안한 모습.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가족의 행색으로보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같았고,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이 막장 삶의 종착역이었던 태백에서 조차 정착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또 떠나가야만 하는 위태로운 모습에 마음이 아픈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네 삶에 누구나 위기가 있고, 또 아픔이 있으나 잘 견뎌내길 빈다.'
나에게도 독백하듯 작품을 감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그림의 여운이 참 오래가는 듯 합니다.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복직 투쟁과 회사가 청산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가족의 뿌리채 흐들리는 삶의 무게감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가난은 아픔이고, 누구도 덜어내 줄 수 없는 삶의 무게처럼 말입니다. 
저도 택배 노동자의 고된 삶을 40대에 오랜시간을 보냈었는데, 그 때 고된 일을 마치고, 썼던 시가 생각납니다.   
태백역 탄차 플랫폼에서의 가난한 가족의 뒷모습과 주저앉은 아내를 기억하며 모든 위기의 처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눈망울

逸晴 오범석

하루종일 고된 노동으로
지친 저녁에 한 젊은이의 눈망울을 보았다
검은 밤은 온 세상을 덮쳤고, 사람들은 밝은 빛이
있는 집으로 향하는 시간.
택배 노동자인 우리는 검은 얼굴에 불빛 꺼진 노동의 현장 회색등 밑에서

마지막 남은 힘까지 모두 빨아들이는 시커먼 먼지를 뿜어내는 트럭과

컨베이어벨트 사이에서 마지막 땀을 짜내고 있다

이제 막 이 일을 시작한 청년이 슬픈 눈으로 말한다
오늘 사고 쳤어요.
이 일을 시작하려고 새 차를 산지 한달이나 됐을까
새 트럭의 앞이마와 안음이 있는 범퍼까지
폐차장 문턱을 겨우 벗어난 행색이다
뭐라 위로 할 수 없어 캔 음료를 사서 건냈다

그가 나와 다른 것은 아직 젊다는 것과 세상을 살아가야 할 날이 많다는 것
그리고 아직은 맑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돌아 오는 막차에서 선하게 떠오르는 청년의 눈이 창에 비친다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휘청거렸던 젊은 시절에 숨죽이며 울던 아이가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 슬픈 눈망울을 간직하며 오래도록 살아 달라고

++

말씀묵상 :

마태복음 11장

 

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30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작가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