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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자화상과 예술세계

corsicastar 2025. 1. 27. 20:14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진실로 더 예술적인 것은 없습니다. There is nothing more truly artistic than to love people"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후기 인상주의Post-Impressionism 대표적 화가였던 고흐는 37세에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그는 짧았던 생애이기는 했어도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비루하기까지 했었던 가난한 화가의 삶, 내내 치열한 생존을 위한 그림쟁이로서의 삶이었음을 보게 됩니다.  
고흐가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며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의 의지를 동생 테오에게 보냈었던 668통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나는 늘 두 가지 생각 중 하나에 사로잡혀 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색에 대한 탐구다..."(1888.09.03). 
"돈은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1889.01) 이 말은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고 자살한 고흐의 흔적입니다.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 버렸지..."(7.24)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은 누구나 고흐와 같은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버티며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삶에 대한 애착은 인간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였으며 도미니크수도회 수사였었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1260년경 ~ 1328년경) 역시 이런 인간의 집착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삶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살고자 한다.” “지옥 안에, 영원한 고통 안에 있는 자들조차도 천사들 혹은 악마들도 삶을 잃어버리고자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은 그들 자신에게 가장 고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양자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도 삶을 정의하는데 "고통은 애정과 사랑에서 시작된다. 애정이 없으면, 사랑이 없으면 부재의 고통도 없을 것이다. 결국 부재의 고통도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성장하는 것이므로 선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생명에 대한 인간의 강한 애착은 삶과 죽음의 자기 선택권을 갖게 하고, 삶의 과정에서도 기쁨과 슬픔과 환희와 절망의 감정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누릴 수 있는 자기 결정권도 지니게 합니다. 
인간이 지닌 자기 결정권의 시간은 양자역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가장 최소의 단위인 플랑크 시간의 상수의 값은 10의 -44자승초인데 이를 풀어 쓰면,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초입니다. 이 짧은 우리 뇌의 시퀀스 간극(길이)의 상수 또한 10의 -33자승센티미터인데,  이 또한 풀어쓰면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억분의 1백만분의 1센티미터입니다. 
각 시퀀스 간의 중첩은 철학에서 말하는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규정하는 현재주의와도, 이 세 실재의 중첩의 합을 말하는 영원주의와도 사실은 거리가 먼 것이 시간의 '실재'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모든 시공간의 중첩적인 불확실성 같은 양자역학의 원리 속에서 벌어지는 결정과 경험과 그에 따른 깨달음의 사건이야말로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자연 법칙이며 하느님의 시간과 자기결정권과도 맞닿는 사건임을 알게 합니다.
 
사도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하느님이 인간에 대해 얼마만큼의 애착을 가지고 계셨는지를 설명합니다. 
"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엡 1:4).
이 말은 하느님의 사랑이 우주적 기원론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끼까지 플랑크 시간과 우리 뇌의 시퀀스를 다 합친 것으로도 모자를 정도의 인간 생명에 대한 애착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성서가 쓰여진 것처럼, "우리를 택하사"라는 말씀은 장로교회의 예정설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교리적 성서 구절로 인용되는데, 이 '택하사'의 헬라어 원어는 ' ἐκλέγω에클레고' 입니다. 

  • ἐκ (ek): "밖으로" 또는 "무엇으로부터"의 전치사
  • λέγω (lego): "말하다" 또는 "모으다, 선택하다"

우리가 한국어로 번역한 '선택하다'의 의미 외에 더 많이 사용되는 번역은 '말하다'입니다. 
사도바울의 말을 재구성해 보면 "하느님께서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말씀' 하심으로써 우리로 사랑 안에서 당신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셨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학자 M. 로버트 멀홀랜드 M. Robert Mulholland Jr.는 그의 저서 『영성형성을 위한 거룩한 독서, Shaped by the Word: The Power of Scripture in Spiritual Formation 』에서 "모든 인간은 하느님이 말씀하여 존재하게 된 말씀(a word: 소문자)"이라고 했습니다. 
 
교리적 넘나듬보다 귀한 것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를 말씀으로 불러 주셨다는 사랑의 애착을 지금도 성서를 통해 우리는 경험하고 있고, 삶의 결정을 통해 우리는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감사하며 삽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진실로 더 예술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던 고흐의 고백이 저를 비롯한 우리 그리스도인의 고백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개역개정 에베소서 1장

3.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4.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5.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6.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