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일상을 원하면
어제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지금도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며 정치를 꿈꾸던 친구가 말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정치를 하면 안될 것 같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할 생각을 해야지 정치를 할 수 있더라. 그래서 나는 4년 후부터 아무것도 안하련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안한다는 말이 정치를 안하겠다는 말인지, 아니면 정치를 하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을 읽었을 때, 이런 말이 생각났습니다.
"결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것, 거기에 삶의 가장 큰 영광이 존재한다."
일본 교세라 그룹의 창시자이며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이나모리 가즈오의 주옥 같은 말들이 많지만 그는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열정을 솟구치게 하는 것은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로 힘든 일이 닦칠 때, 불평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법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슬럼프가 올 수 있고, 현대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우울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전 읽었었던 피에르Abbé Pierre 신부의 『단순한 기쁨』이라는 책의 앞부분에 씌어진 일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1949년 엠마우스 공동체를 시작한 그는 목적 없이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염증을 이겨내보기 위해 동료들을 받았다고 회상합니다. 그러던 중에 제 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산 속 수도원까지 닦치게 되었습니다.
7년간 수도원에서만 생활하다보니 나찌에 의해 유대인들이 학살 당했다는 참상을 알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유대인 두 사람이 문을 두드리면서 "살려달라"고, "숨겨달라"고 애원해서 시작된 일, 그들을 돕게 된 일이 바로 고산지대 안내원인 친구와 함께 해발 3,200미터의 알프스 산을 넘어서 스위스까지 유대인들을 안전하게 도피시키는 일이었습니다.
훗날 피에르 신부는 미국 워싱턴에 강연을 갔는데 그곳에서 역사학 교수 한 사람을 만났답니다.
그 역사교수가 "저를 모르시겠어요?"라고 했을 때 "글쎄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마르쿠스 입니다." 하더랍니다.
그는 첫번쩨 알프스 산 비밀횡단을 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 '단순한 기쁨'이 무엇인지, 이 책이 무엇을 말해주려고 쓴 책인지 인지할 수 있었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나왔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누군가를 도우며 사는 것은 하느님의 일입니다. 그 일 때문에 비록 내가 더 가난해지고, 내 목숨이 위태해질 수 있어도 실천할 수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될 것일 뿐 아니라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
말씀 묵상
개역개정 고린도전서 13장
1.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3.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4.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5.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6.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7.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8.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9.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10.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11.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12.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13.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에바 피에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