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름이 같다고 같은 신이 아니네

corsicastar 2025. 2. 11. 04:30

이슬람권에 나스레딘 호자(Narreddin Hodza, 1208~1284)는 13세기 룸 술탄국에 살았다고 알려진 수피 현자賢者입니다.
어느 날 한 꼬마가 호두를 한 움큼 갖고 와 다섯 명의 아이에게 인원수대로 나누어 달라고 호자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호자가 “신의 분배방식을 원하느냐, 인간의 분배방식을 원하느냐?”라고 되물었습니다.
아이는 “신의 방식으로요”라고 답을 했고, 호자는 첫째 아이부터 넷째 아이까지 모두 그 양이 달리 분배했고, 유독 다섯째 아이에게는 호두를 한 알도 주지 않았습니다.
불공평하게 나눠 받은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은 누구에게는 많이, 누구에게는 적게, 누구에게는 전혀 주지 않는 분이시다. 만약 너희가 인간의 분배방식을 요구하였더라면 나는 호두알의 수를 헤아려 너희들 머릿수대로 정확히 나눠 줬을 것이다.”

이슬람교도들이 믿는 알라신은 물질뿐 아니라, 인간 각 개인별 재능을 분배하는데 공평하지 않은 신으로, 혹은 신이 주고 싶은 대로 차등적으로 배분하는 신으로 인식함을 알게 하는 민담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은 어떻게 배분하시나요.
어느 날 포도원 주인이 일꾼을 모집하러 인력시장에 나갔어요. 주인은  하루 품삯으로 1 데나리온을 주기로 하고 일꾼들을 포도원으로 보냈습니다.
어전 9시에도, 12시와 오후 3시에도, 그리고 일이 다 끝날 시간인 5시에도 품꾼을 데려왔습니다.
날이 저물어서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포도원 주인은 모든 일꾼들에게 똑같이 1 데나리온씩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침 일찍부터 일했었던 일꾼들부터 주인을 향해 불평을 했지요.
그러자 포도원 주인이 일꾼 중 하나에게 대답했습니다.
“여보게 친구, 나는 자네에게 불의한 것이 없네. 자네가  처음에 1 데나리온을 받고 일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자네 일당이나 받아 가게.”

예수의 이 비유는 우리의 창조주 하느님의 배분 방식을 설명해 준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일한 사람들에게 노동시간의 불공평한 배분을 하시는 분, 신이 주고 싶은 대로 공평하게 배분하는 하느님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에서도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석 했습니다.
“최대 다수의 고귀하고 행복한 국민“을 길러 내는 경제학이라 했는데 과연 ‘고귀함’과 ‘다수’가 양립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믿는다. 양립할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상호 공생하는 관계라고 믿는다.”

이슬람의 ‘알라’(예흐예 아세르 예흐예, YHVH) 시각과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예흐예 아세르 예흐예, YHVH) 시각의 차이는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예흐예 아세르 예흐예, YHVH”는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나이다. “입니다.
전자의 신은 인간의 출발점이 다름을 모하메트를 통해 알려줬다고 가르치지만 실제로 신이 다르게 준 것을 인간이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후자의 신은 인간 삶의 도착점이 같다고 예수를 통해 가르쳐주는 대조된 이야기입니다만, 실제로 하느님나라는 인간의 경제관과는 다르게 가난한 자와 노동력이 미치지 못하는 자 등 하루의 가족 생계가 걸린 1 데나리온을 벌 수 없는 자들에게도 생계에 필요한 것을 주시는 하느님임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 합니다.
‘다르다’와 ‘같다’에 각각 방점을 찍어보면 너무나 다른 가치가 보입니다.

하느님은 최소한 공리주의를 좋아하시는 것 같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공리주의 철학 계승자인 마이클 샌델이 “공정한 분배가 정의다”라고 했으니, 행위의 목적이나 선악 판단의 기준을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증진하는 데에 두는 사상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느님의 목적은 아들 예수를 보내어 모든 인류와 다시
화합하시는 것이니 말입니다.

오늘 묵상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에서 이사회 워크샵에서 다루었던 예수님은 아나키스트였다는 주장에 대한 실랄한 토론을 정리했습니다.
참석자 : 박정인 목사, 김형철 평신도, 진무두 집사, 함성룡 무신론자, 오범석(5인)

++
말씀 묵상
개역개정 마태복음 20장

1.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주인과 같으니
2. 그가 하루 한 데나리온씩 품꾼들과 약속하여 포도원에 들여보내고
3. 또 제삼시에 나가 보니 장터에 놀고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
4.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내가 너희에게 상당하게 주리라 하니 그들이 가고
5. 제육시와 제구시에 또 나가 그와 같이 하고
6. 제십일시에도 나가 보니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 이르되 너희는 어찌하여 종일토록 놀고 여기 서 있느냐
7. 이르되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이르되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하니라
8. 저물매 포도원 주인이 청지기에게 이르되 품꾼들을 불러 나중 온 자로부터 시작하여 먼저 온 자까지 삯을 주라 하니
9. 제십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거늘
10. 먼저 온 자들이 와서 더 받을 줄 알았더니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 받은지라
11. 받은 후 집주인을 원망하여 이르되
12. 나중 온 이 사람들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아니하였거늘 그들을 종일 수고하며 더위를 견딘 우리와 같게 하였나이다
13. 주인이 그중의 한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한 데나리온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
14.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
15.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
16.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Narreddin Hod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