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어느 날부터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거반 한 달간 겨우 읽었습니다.
작년에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슬픔을 가득 안고 읽었는데,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의 기록입니다.
해방이 되면 좋은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제주에서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되었고,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는 민간인 학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군경이 해방 후에도 민중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중요한 것임을 공직에 있는 분들은 뼛속 깊이 새기면서 겸손하게 국민을 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경하, 인선의 대화로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삶을 잔잔히 묘사하는 한강은 말합니다.
“장면으로 제가 먼저 들어가서 그걸 느끼고, 그걸 문장으로 써요. 소설을 쓸 때, 마지막까지 그걸 넣으려고 써요. “
그러니 읽는 사람은 그 감정이입이 안 되겠습니까, 그래서 한강의 소설은 읽어 나가기가 곤혹스럽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회상하는 소설이어서 나중에는 눈물을 왈칵 쏟을 것 같아, 책을 접기를 수 차례 반복 했습니다.
지인이 다 읽고서 권해주며 빌려 준 책이어서 빨리 돌려줘야 했는데 오래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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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중간쯤 읽으면서 고통과 아픔에 대해 사색하게 되었습니다.
“고통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고통은 슬픔으로 산화하여 다양한 꽃을 피우는데, 검은 꽃도 피고 빨간 꽃도 피고, 하얀 꽃도 핀다.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들다면,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그때를 회상하면 내가 무슨 꽃을 피우려고 하는지 가늠이 된다.”
성서에서 가장 슬픔 사건 중 하나가 헤롯왕이 베들레헴에 두 살 이하의 사내 아기들을 살해한 사건입니다.
권력자들에 의해 민중들이 죄 없이 죽임을 당하는 일은 절대로 우리의 기억에서 작별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제주에서는 그날 3만여 명의 꽃들이 산화하였습니다.
국가 권력의 무도한 폭력을 잊지 말아야만 평화의 날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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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묵상
개역개정 마태복음 2장
16. 이에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
17. 이에 선지자 예레미야를 통하여 말씀하신 바
18. 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 하는 것이라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받기를 거절하였도다 함이 이루어졌느니라
19. ○헤롯이 죽은 후에 주의 사자가 애굽에서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르되
20.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들이 죽었느니라 하시니
21. 요셉이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가니라

4.3 사건의 발단이 된 1947년 3.1절 시위 모습
강요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