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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의 경제학 그 두번째 이야기

corsicastar 2025. 3. 4. 14:12

누가복음 19장 12~27절에 나오는 주인과 종들의 비유를 통해 그리스도가 왜 이 비유를 말씀하셨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복음 19장은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하느님나라의 경제는 장사하는 것이라는 비유와 하느님의 집인 성전에서 "장사하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장입니다.   

개역개정 누가복음 19장

12. 이르시되 어떤 귀인이 왕위를 받아가지고 오려고 먼 나라로 갈 때에
13. 그 종 열을 불러 은화 열 므나를 주며 이르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장사하라 하니라
14. 그런데 그 백성이 그를 미워하여 사자를 뒤로 보내어 이르되 우리는 이 사람이 우리의 왕 됨을 원하지 아니하나이다 하였더라
15. 귀인이 왕위를 받아가지고 돌아와서 은화를 준 종들이 각각 어떻게 장사하였는지를 알고자 하여 그들을 부르니
16. 그 첫째가 나아와 이르되 주인이여 당신의 한 므나로 열 므나를 남겼나이다
17.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다 착한 종이여 네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하였으니 열 고을 권세를 차지하라 하고
18. 그 둘째가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당신의 한 므나로 다섯 므나를 만들었나이다
19. 주인이 그에게도 이르되 너도 다섯 고을을 차지하라 하고
20. 또 한 사람이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보소서 당신의 한 므나가 여기 있나이다 내가 수건으로 싸 두었었나이다
21. 이는 당신이 엄한 사람인 것을 내가 무서워함이라 당신은 두지 않은 것을 취하고 심지 않은 것을 거두나이다
22. 주인이 이르되 악한 종아 내가 네 말로 너를 심판하노니 너는 내가 두지 않은 것을 취하고 심지 않은 것을 거두는 엄한 사람인 줄로 알았느냐
23. 그러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아니하였느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와서 그 이자와 함께 그 돈을 찾았으리라 하고
24. 곁에 섰는 자들에게 이르되 그 한 므나를 빼앗아 열 므나 있는 자에게 주라 하니
25. 그들이 이르되 주여 그에게 이미 열 므나가 있나이다
26. 주인이 이르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릇 있는 자는 받겠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예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신 배경은 예루살렘으로 가시려는 상황에서 제자들과 따르는 무리들이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과 동시에 자신들의 정치적 해방을 위한 왕국이 이루어질 줄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누가복음 19:11).
또 한 가지 본문 말씀에서 주의해서 볼 점은 귀인은 왕이 되어 돌아온 후에 한 므나씩 나누어준 종들을 불러서 그들이 어떻게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겼는지 셈을 했는데 종 중에 한 사람은 주인을 엄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왜! 이 한 사람의 종은 한 므나를 받고서 은행이자라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이 종의 성향은 매우 소극적이었거나, 돈의 개념이 없었거나, 원금을 잃어버릴 수 있는 리스크의 위험을 극도로 싫어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그 핑계를 주인에게 돌린 것은 납득이 되지는 않는 처세입니다.

예수께서 전했던 하느님나라가 "장사해서 이문을 남기는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정리하기도 전에 조금 더 읽다 보면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셨다가 장사하는 사람들을 내쫓는 사건이 나옵니다. 

개역개정 누가복음 19장

45. ○성전에 들어가사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46. 그들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 하시니라
47. ○예수께서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시니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꾀하되
48. 백성이 다 그에게 귀를 기울여 들으므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더라

예수께서 하느님나라는 장사하는 곳이라고 가르치신 후에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서는 장사하는 사람의 자판을 엎으시고,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 상반되는 가르침에 대해 수많은 신학자들은 답을 명쾌하게 했을까.
그레고리 K. 비일 Gregory K. Beale은 미국의 신약학자입니다. 달라스 신학교에서 신학 석사(1976)를,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1981)를 취득하였으며, 고든-콘웰 신학교와 휘튼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신약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로는 누가복음 19장에 등장하는 '한 므나의 비유'에 대한 연구로 '므나 비유(눅 19:11-27) 해석을 위한 다섯 가지 쟁점 연구'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또한 그의 저서 '성전신학'에서 성서 전체를 통해 성전의 주제를 탐구하며, 성전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누가복음 19장에 나타난 한 므나의 비유에서 말하는 예수의 '하느님나라의 경제학'과 예루살렘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자판을 엎으신 후에 '내 집은 기도한 곳'이라는 가르침에 대한 비교는 없었습니다. 
 
지금은 시장자본주의 세계관이 보편적이어서 누가복음 19장의 '한 므나의 비유'가 납득이 되지만, 당시로서는 자본주의 경제관이 없었던 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예수의 비유는 매우 파격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였을 겁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오히려 성서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경제 세계관이 사회주의적 경제관과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가설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문화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결국 '귀인'으로 나오는 왕은 예수 자신을 의미하고, 이 예수의 관심은 인간에게 주어진 재능도, 재물도 부단히 노력해서 잉여가치를 남기라는 것으로 설파하고 있고, 잉여가치는 자본주의에서는 자산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는 근대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데 그의 이론은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 이론을 요약하면,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조정과 경쟁을 통해 이윤이 극대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예수가 한 므나의 비유에서 핵심적으로 짚은 것이 이윤의 극대화라는 점에서 예수는 2천 년 이후에 등장할 이윤의 극대화라는 산업혁명과 현대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스케일의 경제 Economies of Scale'개념도 예측하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론 내리기가 찜찜한 것은 간디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 책”이라고 찬사를 보냈던 존 러스킨의〈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Unto This Last〉라는 책에서 해석했던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주인과 품꾼’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한 므나의 비유에서 귀인 예수와 포도원 주인과 품꾼의 이야기에서 하느님의 세계관이 현대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큰 괴리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두 나라는 모두 우리가 겪는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각각 담겨 있다는 점에서 성서의 말씀이 이념의 확증편향성이 있지 않음을 볼 때, 통합적 세계관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이 진보와 보수 모두를 이념적으로 통합할 수 있느냐인데 내가 볼 때 정치적 진영인 이념과 경제적 사고의 세계관이 고착된 인간은 통합적 사고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감히 내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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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묵상
개역개정 누가복음 19장
 
23. 그러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아니하였느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와서 그 이자와 함께 그 돈을 찾았으리라 하고
24. 곁에 섰는 자들에게 이르되 그 한 므나를 빼앗아 열 므나 있는 자에게 주라 하니

Christ's entry into Jerusalem
The French painter Hippolyte Flandrin
Fresco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