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통영統營에 가면 잊지 못할 장소가 '세병관 洗兵館'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전경입니다.
몇 년 전 2박 3일 동안 걸으면서 미륵산 꼭대기와 한려수도가 내려다 보이는 세병관 전경, 윤이상(尹伊桑, 1917~1995) 작곡가의 기념관, 옛 명정골에 있는 박경리 선생의 살던 집, 시인 유치환 (柳致環, 1908~1967)을 논하며 동내 작은 갤러리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통영을 다 걷고서 명정골에서 쓴 시가 있습니다.
통영 統營/ 逸晴 오범석/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곳/ 동피랑 꼭데기 포루가 호젓이 서서/ 세병관洗兵館 회랑回廊에 앉아/ 올려다 보는 이들에게 忠武公 이순신을 소환할 수/ 있는 곳/ 세병관 뒷뜰이 십이궁방 장인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라면, 동포루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은/ 견내랑 바다에서 추도까지 한지 부채처럼/ 굴곡진 섬 봉우리는 미륵산의 불심이 섬과 섬을 이어/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 欲知蓮華藏頭尾問於世尊의/ 답을 전해 주는 곳/ 전복 껍질 한점 한점 쪼개어/ 나전칠기 꽃피어서 오백 칠십개 섬을/ 갓 끈으로 묶어 내어 팔도강산/ 소문난 어부들의 고장/ 바다에 떠 있는 흰 부표만큼 많은 문화를/ 만들어 잉태시킨 곳/ 서피랑 아래 북적이는 시장에는/ 복국, 멍게비빔밥, 시락국, 물매기탕, 다찌의 향연이/ 펼쳐지고, 언덕 넘어 옛 명정골에는/ 백석 시인과 박경리 선생의 문학의 향연이/ 베어 있는 곳/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 너의 품에 안겨서 새벽녁/ 어부들의 뱃고동 소리 들으며 살고, 일몰이 빛추는/ 윤슬의 반짝이는 볕의 향연을 간직하며 죽고 싶구나
통영은 조선 시대 '삼도수군통제영 三道水軍統制營'이 있었던 곳으로 이순신 장군이 한려수도에서 일본과의 해전을 이겼던 곳입니다. 한 때는 정치인들에 의해 충무라고 지명이 바뀐적도 있어서 충무김밥으로 유명하지만, 통영으로 다시 복원되었던 전력도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 가면 461미터의 '미륵산彌勒山'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으나 중간에 '미륵사'라는 사찰이 있는 곳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면 힘들이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사찰은 법정스님이 출가한 곳입니다.
시인으로는 백석 시인이 있으며 명정골 작은 벤치 앞에는 '통영2'라는 백석의 시비가 있기도 합니다.
법정 스님(法頂, 1932~2010)에게 서울시 성북구에 소재한 고급 요정 '대원각大苑閣'을 김영한(法名: 길상화)이 내어 주어 ‘길상사吉祥寺'라는 사찰이 된 곳인데 길상화도 통영 출신입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김영한이 백석 시인을 너무 사모한 나머지 명정골 백석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유명한 이유는 나중에 대원각을 법정에게 헌사했을 때 한 기자가 묻습니다. "저 많은 재산을 기부하셨는데 아깝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저까짓 재산 백석 시인의 시 한구절만 못합니다."라고 말이죠.
통영의 한려수도에 수많은 섬들의 이름도 대부분 불교의 경전이나 불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
미륵도彌勒島, 연꽃 같은 섬이라하여 ’연화도蓮花島', 인간의 번뇌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욕지도欲知島', 한산도閑山島, 용화도龍華島, 법화도法華島 같은 섬들입니다.
옛날 통영 사람들은 불심도 대단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무엇으로 예수님께 드리나요.
삶으로 드린다고 하지만, 불자들이 돌을 깎아 탑을 만드는 정성 같이 보여지는 정성이 있는가 하는 겁니다.
전라남도 화순에 가면 천불천탑 운주사가 있는데 산에 큰 바위를 조각한 와불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교는 불교나 정교회처럼 보여지는 조각이나 성화를 통해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철저히 살아 있는 이웃을 섬기는 모습을 통해 신앙은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을 붙들고 실천할 때 하느님의 영은 창조 영성이 되고, 모든 생명은 부활이 되며 억압과 폭정은 해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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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묵상
개역개정 마가복음 12장
28. ○서기관 중 한 사람이 그들이 변론하는 것을 듣고 예수께서 잘 대답하신 줄을 알고 나아와 묻되 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이니이까
29.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첫째는 이것이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
30.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
31.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라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
32. 서기관이 이르되 선생님이여 옳소이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그 외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신 말씀이 참이니이다
33. 또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또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전체로 드리는 모든 번제물과 기타 제물보다 나으니이다
34. 예수께서 그가 지혜 있게 대답함을 보시고 이르시되 네가 하나님의 나라에서 멀지 않도다 하시니 그 후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