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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면 안되는 것들

2024년 어느 날부터 한강의 소설 를 거반 한 달간 겨우 읽었습니다. 작년에 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슬픔을 가득 안고 읽었는데,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의 기록입니다. 해방이 되면 좋은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제주에서는 말할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되었고,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는 민간인 학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군경이 해방 후에도 민중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중요한 것임을 공직에 있는 분들은 뼛속 깊이 새기면서 겸손하게 국민을 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경하, 인선의 대화로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삶을 잔잔히 묘사하는 한강은 말합니다. “장면으로 제가 먼저 들어가서 그..

카테고리 없음 2025.02.11

자연속에 계신 하느님

“색은 나의 모든 시간을 사로잡는 집착이자 기쁨이며, 고통이다.” Claude Monet1873년 프랑스에서 열렸던 전시회 “제1회 화가 조각가 판화 무명 예술가 협회 전람회”에서 클로드 모네 작품, “인상, 해돋이”를 시작으로 인상주의는 시작되었습니다. 인상주의 전까지만해도 그림은 사실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당연히 인상주의 그림을 당시 사람들은 좋게 평가하지 않았고, 너무나 쉽게 거친 붓질을 한 그림에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상파 화가들은 사물을 얼마나 똑같이 그리는가의 한계를 넘어 빛의 향연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그림의 세계를 열었고, 사물이 중심이 아니라, 사물과 자연과 바다와 하늘, 꽃과 나무에 비치는 빛을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숨을 쉰다 逸晴 오범석기형..

카테고리 없음 2025.02.11

용기를 가져야 할 이유

라는 동화 책을 펼치면 첫 장에 점이 하나 찍혀 있습니다. 아! 이것은 실수입니다. 다음 장에 또 점을 찍고, 한 장씩 그림을 덧붙일 때마다 “실수를 했어요.”라는 아이의 탄성이 나옵니다. 그러나 계속 그림의 모양이 갖춰갈수록 그림은 실수가 아니라, 아주 근사한 그림으로 형태를 만들어 갑니다. 실수와 실수에 연속된 점과 선은 결국 큰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큰 숲을 이룬 그림을 그리게 되었답니다. “실수는 새로운 시작입니다.”우리는 실수를 반복할수록 실패의 저울추에 누적되는 무게감에 침울해지고, 결국에는 사라지는 용기의 희미한 꼬리를 보면서 실천할 에너지를 상실하며 인생을 연소시킵니다. 마가는 처음에는 전도여행에서 실패하였습니다.그러나 하느님은 마가를 통해서 실수하지 않는 마가의 삶을 만들어 가셨고, 마가..

카테고리 없음 2025.02.11

의학으로 못고칠 때 하는 기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레즈 Gilles Deleuze는 파라노이아형(편집증)인 정주하는 사람과 스키조프레니아(분열증)인 도망치는 사람을 현대의 대표적 신경증으로 구분 짓는데 현대사회에서는 편집증적인 인격장애는 분열증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타인의 행동을 의심하고, 타인의 의도를 불신하는 경향을 띱니다. 무언가에 부정과 위협이라는 것에 꽂혀있는 전형적인 피해망상형 정체성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분열증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원인인 질환입니다. 자아 정체성의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면에서 편집증과 반대적 증상으로 보이는데 현대인이 모두 편집증과 분열증은 아니어도 중간에 다양한 신경증과 우울증은 앓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편집증은 자신을 해하는 경우가 많고, 분열증은 타자를 해하는..

카테고리 없음 2025.02.11

거칠어도, 수줍어도 품으시는 예수

주일 아침에 교회에 왔습니다. 한 성도님 책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새로운 교회 출석한지 두달이 채 안됐는데 벌써 두 번째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요즘 교회 독서 동아리에서 채택된 책이었습니다. 예배 시간 전이어서 책을 들춰봤는데 이런 추천의 글이 있더군요. “문신투성이 볼즈웨버가 그 거친 입으로 대변하는 집단은, 우파이기에는 충분히 기독교인답지 못하고 좌파이기에는 너무 예수님 냄새가 난다고 질리도록 비난받는 무리다.”-워싱턴 포스트-대단히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제가 책을 절독한지 7년만에 이 교회에 출석하면서 다시 책을 읽는 놀라운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빈민사역에 투신하다보니 자연스롭게 진보 진영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는데, 저는 매우 온건한 편이라 진보주의자나 명분주의자들에게..

카테고리 없음 2025.02.09

신비주의 예수를 이단이라 말하는 교회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 신학에 대해 따로 공부할 여유와 시간이 부족해서 공부에 대해 손을 놓고 보낸 세월이 15년이 흘렀습니다. 요즘 가끔 심광섭 박사의 글을 보면서 다시 신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선생님이 쓴 글를 인용해 봅니다. “워치만 니(倪柝聲, 1903~1972)라는 이름. 소년 시절 12년 위인 형님의 입에서 인도의 기독교 성자 선다 싱(1889-1929)과 함께 자주 언명된 사람, 나에게는 매우 신령한 분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신학을 공부하는 동안 그들의 명성과는 달리 이 두 분의 책을 선생님들로부터 소개받지 못해 결국 읽어보지 못했다. 신학 밖의 인물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그런데 차건 박사가 워치만 니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며칠 전 충무로 사랑방을 방..

카테고리 없음 2025.02.09

주께로 한 걸음씩 왜 가지 않느냐

불경에 "보보시도량 步步是道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수행concrescence' 이라는 뜻입니다. 20세기의 과정철학자이며 수학자였던 화이트헤트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 가 "종교는 수행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종교의 영역은 수행이 없이는 성숙한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이 불행이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종교는 사람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사회에 해악을 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과정철학에서는 신의 주체를 말하지 않고, '비인격적 창조성impersonal creativity' 은 특정한 존재가 아니라, 모든 과정과 사건을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인 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이런 해석은 서양철학에서는 니체가 형이상학적..

카테고리 없음 2025.02.08

법과 양심에 대하여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양심conscience’이란 주제로 2024년 말에 '프란시 드 발Franciscus de Waal' 의 『공감의 시대』라는 번역 책을 냈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더 잘사는 것은 비극적인 사회여서 팔을 걷어 붙였다고 합니다. 양심을 서양에서는 '컨시언스'라고 말하는데, 이 뜻의 어원은 사이언스(과학)와 맞닿아 있습니다. 동양에서 “양심良心'을 어질양, 마음심을 쓰는데 이는 배려와 공감에 가까운 의미로 이해한다면, 서양에서는 과학의 어원을 비추어 봤을 때 양심을 '법률적 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2025년 2월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국론이 반으로 쪼개진 상황입니다.정치인들은 국가를 생각하..

카테고리 없음 2025.02.07

기쁨의 일상을 원하면

어제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지금도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며 정치를 꿈꾸던 친구가 말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정치를 하면 안될 것 같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할 생각을 해야지 정치를 할 수 있더라. 그래서 나는 4년 후부터 아무것도 안하련다."이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안한다는 말이 정치를 안하겠다는 말인지, 아니면 정치를 하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을 읽었을 때, 이런 말이 생각났습니다. "결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것, 거기에 삶의 가장 큰 영광이 존재한다."일본 교세라 그룹의 창시자이며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이나모리 가즈오의 주옥 같은 말들이 많지만 그는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카테고리 없음 2025.02.06

예수가 말하는 노동

어제 춘천 기온이 영하 17도였습니다. 몇년 전 택배 현장일을 했을 때 어느해인가 서울이 영하 17도였던 날 새벽 분류를 위해 출근한 날이 있었습니다. 한파에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고초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고통스럽답니다.그날 기독교방송에서 Pat Boone의 목소리로 흘러 나오는 찬송가를 듣는데 황홀함에 빠져 추위를 이겨냈었던 기억이 납니다. 2021년 2월에 마이클 샌델(하버드 정치학과 교수)이 『공로의 횡포Tyranny merit 』에서 공리주의 철학의 계승자 답게 “공동선”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로는 능력주의에서 얻어진 보상의 의미로 합리적일 것 같지만,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단이 너무 커서 보상에 따르는 세금부과 요율 적용부터 공동선의 가치적 기준 잣대를 새롭게 재편해..

카테고리 없음 2025.02.05